안녕하세요, 여러분! 일본에서 15년째 살고 있는 한국인입니다. 오늘은 제가 오랜 시간 동안 일본 사회를 관찰하며 느낀 흥미로운 현상 하나를 이야기해볼까 해요. 바로 일본인들이 직장에서 급여 협상을 잘 하지 않는 문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일본 직장인들, 왜 연봉 협상을 꺼릴까?
처음 일본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 가장 놀랐던 점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어요.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연봉 협상'이 일본에서는 거의 금기시되는 분위기를 느꼈거든요. 실제로 통계를 보면 미국 근로자의 70%가 개인 협상을 통해 임금 조정을 요구하는 반면, 일본은 고작 30%만이 그렇다고 해요.
왜 이런 차이가 있는 걸까요? 지금부터 제가 직접 경험하고 관찰한 일본 사회의 특징들을 통해 이 현상을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 종신고용과 신졸 일괄채용: 일본만의 독특한 고용 시스템
일본에 오래 살다 보니 이 나라만의 독특한 고용 시스템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바로 '종신고용제'와 '신졸 일괄채용' 문화인데요.
일본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대학을 막 졸업한 신입사원들을 한꺼번에 채용해서 정년까지 고용하는 시스템을 운영해왔어요. 이런 시스템에서는 입사할 때 단 한 번만 임금 협상의 기회가 주어지고, 그 이후에는 회사의 승진 체계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구조예요.
제 일본인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더 이해가 쉬울 것 같아요. 그는 대기업에서 8년째 일하고 있는데, 처음 입사할 때 제시받은 급여 외에는 한 번도 협상을 시도한 적이 없다고 해요. "그런 문화가 아니니까요"라는 그의 한마디가 일본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해외는 이직률이 30% 이상인 반면, 일본은 10% 미만이라고 해요. 이직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협상의 기회가 적다는 것을 의미하죠.
🔍 불투명한 임금 결정 메커니즘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일본 근로자의 33%가 자신의 임금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기준조차 모른다는 사실이에요. 제가 여러 일본인 동료들과 이야기해보면 "회사가 알아서 결정하는 것"이라는 답변을 자주 들었어요.
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직무별 시장 가치에 대한 정보가 훨씬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협상이 이루어지죠. 일본에서는 기업 내부의 밸런스를 중심으로 임금이 결정되는 경향이 있어요.
실제로 저의 경험을 나눠볼게요. 몇 년 전 도쿄의 한 IT 회사에서 일할 때, 팀원들과 우연히 급여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연봉 정보를 공유하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보가 없으니 협상도 어려울 수밖에 없겠죠?
😶 "참을 인(忍)" 미덕으로 여기는 일본 문화
일본 사회에서는 "참을 인(忍)"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가 강해요. 개인적인 요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상황에 순응하고 인내하는 것을 중요시하죠.
제 일본인 선배가 들려준 이야기가 있어요. "연봉 인상을 요구하면 '왜 당신만 특별대우를 받으려고 하나'라는 시선을 받게 된다"는 거예요. 이런 분위기에서는 누구도 먼저 나서서 협상을 시도하기 어렵겠죠?
또한 일본은 고맥락(High-context) 문화를 가진 나라예요. 즉, 모든 것을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암묵적인 이해를 통해 소통하는 방식을 선호해요. 그러다 보니 "급여를 올려주세요"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문화적으로 어색한 행동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 약화된 노조의 역할
일본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17%(2022년 기준)에 불과해요. 프랑스의 90%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죠. 노조의 기능이 약화되면서 근로자들을 대표해 임금 협상을 하는 세력이 줄어들었어요.
유명한 '봄투쟁(春闘)'이라는 것이 있지만, 이것도 점차 형식화되어 실질적인 협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해요. 제가 매년 뉴스에서 보는 봄투쟁 소식도 큰 변화 없이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것 같아요.
💹 저성장 경제와 임금 정체
1997년부터 2022년까지 일본의 실질임금은 오히려 4.4% 감소했다고 해요. 같은 기간 OECD 평균은 33%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수치죠.
오랜 경기 침체로 인해 일본인들은 임금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 자체를 낮춘 것 같아요. "어차피 올라봤자 얼마 안 될 텐데 굳이 껄끄러운 협상을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자리 잡은 거죠.
💰 기업의 수익 배분 구조 문제
일본 기업의 이익 대비 인건비 비율은 68.7%로, 미국의 82.8%(2022년 기준)에 비해 낮은 편이에요. 이는 일본 기업들이 수익을 직원들의 임금 인상보다는 주주 환원이나 내부 유보금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제가 일하는 업계에서도 회사의 실적이 좋아도 그것이 직원들의 급여 인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어요.
🌏 다른 나라와의 비교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직무 중심의 노동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개인의 성과와 시장 가치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경향이 강해요. 이직도 잦고, 그때마다 협상의 기회가 생기죠.
반면 일본은 '사람'을 중심으로 고용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하는 시스템이에요. 이런 차이가 임금 협상 문화의 차이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 변화의 조짐은 있을까?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보여요. 특히 IT나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거나, 직무 기반 임금 체계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이직을 통해 경력을 발전시키는 문화도 조금씩 확산되고 있어요. 제 주변의 20~30대 일본인들은 이전 세대보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성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 마치며: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
15년 동안 일본에서 살면서 느낀 점은, 단순히 "일본인들은 연봉 협상을 안 한다"가 아니라 그 이면에는 복잡한 문화적, 제도적, 경제적 배경이 있다는 거예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다른 문화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고,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글로벌 시대에 중요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직장에서 급여 협상을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혹시 해외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다면, 어떤 문화적 차이를 느끼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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